이 영화는 도대체 마케팅이 없다. 도대체 왜 마케팅을 안하지?
영화계 거장이 정작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이 없는 영화, 파벨만스.
매출 목적으로 만든 영화는 확실히 아니다. 심지어 영화 예고편 마저 이 영화를 제대로 반영하진 못하는 것 같다.
영화 예고편은 도대체 왜 그렇게 만들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부모님이 소리지르는 장면이 예고편에 있다. 그런데, 부모님은 애초에 소리를 지르는 성격 자체가 아니다.
정말 온화하고 따뜻한 가정 분위기 그 자체인데.
모르는 사람이 예고편만 보면 부모 자녀 갈등에 관한 테마로 오인하겠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뺨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이렇게 영화를 시작했고, 영화와 이렇게 사랑에 빠졌다 란 느낌을 받았다. 한 천재가 자기 자신을 찾고 자유롭게 날기까지의 과정을 담았는데, 천재의 주변의 환경과 사람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요 근래 무기력한 일상에 어떤 따뜻한 기억을 전달해줬던 인상 깊었던 영화이다.
온화하고 다정한 능력있는 아버지. 항상 어머니를 바라보면서, 꼬마였던 샘에게 어머니를 위한 영화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하는 아버지.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쳤던 어머니. 샘을 상당히 잘 이해하고, 아들이 영화 만드는 걸 항상 지원해줬던 어머니.
맨 처음은 흑백 영화를 보고 나서 꼬마였던 샘이 멍해 있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아버지는 영화에 대해서 공학적으로 설명하고 있고, 영화는 원래 정적인 사진인데, 초당 24개의 사진이 지나가면 뇌는 움직이는 걸로 기억한다. 라고 설명하고, 어머니는 영화는 꿈과 같은 거지. 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이 집안에는 과학자와 예술가가 모여 있다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아버지의 설명이 더 흥미로웠다. 24개의 사진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없어서 잔상효과들이 남고, 그걸 움직이는 걸로 뇌가 인식하다니. 오 신기한데. 이렇게 듣고 있었…
중요했던 장면은 꼬마 샘이 기차를 망가뜨렸을 때, 어머니가 그런 샘을 이해해줬다. 왜 기차를 망가뜨리고 싶어했는지. 영화 속의 장면을 따라하고 싶었다는 걸 이해해주고 필름을 선물해준 것. 영특한 샘은 곧잘 이런 거 저런 걸 만들어내는데. 화장실 페이퍼를 전부 다 쓴 적도 있고. 그럴 때마다 어머니가 나무라지 않고, 계속 영화 만드는 걸 기뻐하면서 학교에도 아버지와 함께 참관하러 와 줬던 것.
그런 장면장면들을 보면서,
사소한 것들을 제대로 봐 주는 어머니가 있었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베니를 두고 다른 곳으로 이주한다고 말할 때, 길길이 날뛰면서 허리케인 속으로 차타고 나갈 때, 그 때 이미 마음이 움직이고 있었다는 것도 읽었다.
그리고 그런 어린 시절을 스티브 스필버그는 빠짐없이 다 기억하고 있구나 란 생각을 했다.
어떻게 그걸 다 빠짐없이 기억할까. 언성을 높이며 싸웠던 순간과 슬픈 순간들을. 마음이 부서지는 순간 속에서도.
스필버그의 어린 시절은 카메라로 필름들을 촬영하고 있었다.
장면 속에서 어머니가 애리조나로 떠나겠다고 하고 가족들이 서로 울고 화내는 와중에도 스필버그가 보고 있는 건 그 장면을 필름에 담아내고 있는 자기 자신이였다. 거울 속의 그는 카메라로 찍고 있었으니까.
가족을 사랑하지만, 영화를 더 사랑하는 어린 시절의 장면 하나.
회고록 같은 영화를 보면서 감사했다. 누군가의 멋진 어린 시절을 이렇게 볼 수 있다는 게 좋았다. 보이지 않는 사랑을 장면 장면에서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행동 하나가 때론 말하나 문장 하나보다 더 많은 걸 알려 준다고 생각하는데, 말로만 사랑한다고 하고, 최대한 자신과 멀어진 곳에서 시간을 보내도록 시키는 사람이 있는 반면, 한 번도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 없어도, 도대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하고, 뭘 좋아하는지 금방 눈치채는 사람도 있다.
자극적인 영화에 진저리가 난다면, 이 영화는 정말 선물같은 존재일 거다. 예상하지도 못했는데… 잘 보게 되었다.
기억나는 장면
아, 그래서 그 애가 기차를 망가뜨렸구나.
이 집안은 예술가와 과학자의 전쟁이지.
무슨 일이든 다 이유가 있어.
몇 달러든 영화를 찍게 해줘. 당신은 항상 이런 식이지. 다른 사람에 대해서 관심이 없어. 다른 사람의 소명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지.
샘 부탁이 있다. 미치를 위해 영화를 만들어줘. 아들인 네가 자기 자신을 위해 만든 거잖아. 기운이 날 거란다.
그걸 취미 생활이라고 하지 마세요.
예술과 가족. 가족을 넌 사랑하지. 그런데 가족보다 예술을 더 사랑해. 그 두 가지가 너의 가슴을 찢어놓을 거다.
IBM에서 그런 제안을 했어. IBM은 널 원하지. 넌 세상을 바꿀 수 있으니까. 난 남아서 50와트 전구를 팔겠지.
너는 내가 널 죽도록 사랑하는 걸 알잖니. 그러니 도대체 무슨 일인지 말해줘.
너희 아버지를 알잖니. 그 다정함을 무슨 수로 당하니. 다정하고, 현명하고, 똑똑하지.
네가 날 어떤 사람으로 생각하든. 계속 영화를 찍어. 너희 어머니가 좋아하시잖니.
난 계속 널 괴롭혔는데 도대체 왜 그렇게 찍었는지 알아야겠어. 네가 만든 그 장면은 나를 내가 감히 따라가지도 못할 어떤 이상적인 사람으로 만들어 놨어. 내가 평생 따라가지 못할. 인생은 영화가 아니야.
이건 다른 종류의 그리움이야.
내가 널 때렸던 때를 기억하니? 물론 기억하겠지. 어떻게 기억 못하겠어. 평생 살면서 딱 한 번 널 때렸는데. 나도 내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다. 그런데 베니가 없다면 나는 또 그 때의 끔찍한 마녀가 될 거 란다. 나도 내 자신을 못 알아보고, 너희들도 나를 못 알아볼 거고. 널 때렸던 그 때를 용서해 줄 수 있니? 내가 어떻게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있을까
마음이 시키는대로 해야 한다.
숨을 못쉬겠어요. 대학교에서 보내는 2년이 마치 영원같아요. 참아보려고 했는데 도저히 참을 수 없어요. 저는 영화계 쪽으로 일하고 싶어요.
이 바닥엔 뭐하러 왔어? 영화 만드는 건 피를 말리는 직업이야. 저 그림들을 봐 저기에서 뭐가 보이니? 아니야. 아니야. 아니라고. 수평선이 아래에 있지. 재밌어. 수평선이 위에 있지. 재밌어. 수평선이 가운데에 있으면 x나 재미없어. 이제 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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