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F.Skinner의 저서 중 자유와 존엄을 넘어서라는 책이 있다.
맨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 여러모로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다. 일단 정말 논리적인 글이고, 생각하는 방식과 바라보는 관점이 달랐다. 그리고 이 사람 천재구나. 라는 걸 책에서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구글링으로 beyond freedom and dignity를 하면 무료 파일들이 많이 풀려 있어서 읽어볼 수 있다. 원서이긴 하지만,
스키너의 대단한 점은,
사람의 마음, 의지… 내부의 어떤 힘에만 기대서 무언가를 이루어내는 걸 과학적인 관점에서 조목조목 반박했다는 점이다.
퇴근 후에 글을 써야지. 라고 뒹굴 거리다보면. 그래! 난 의지의 힘으로 글을 쓰겠어! 라고 외치고 책상 앞에 앉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다는 걸 안다.
무언가 우울해지면. 그래. 마음을 이해하고 다시 다 잡자. 과연 그럴까.
제일 효과적인 방법은 퇴근 후에 바로 집에 들어가지 않고 도서관이나 집중할 수 있는 장소로 이동하는 것이다. 아무리 피곤하고 지쳐도 그런 ‘장소’에 있으면 한 자라도 더 보게 되니까.
전략적으로 상황과 행동을 조작하는 일은 필요하다. 그리고 생선가게에서 고양이가 지나치고 있다면 고양이에게 너의 의지의 힘으로 생선을 건들지 말아줘. 라고 할 수는 없다. 먼 곳으로 쫓아 보내버리는 게 좋다. 물론 사람은 고양이가 아니지만,
강한 유혹이 있을 때 얼마만큼 그걸 잘 이겨내고 견뎌낼 수 있을까.
사실 생각과 감정, 성격적 특성, 의지 같은 것은 모호하기 그지 없다.
사람을 정의하는 중요한 요소임은 틀림없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는 않는다.
책에서도 예를 들었듯,
전쟁은 인간의 ‘마음’에서 시작되고, 사람의 마음 속에 있는 ‘죽음의 본능, 타나토스’같은 마음의 힘이 전쟁으로 이끌고~ 그 다음 단어는 ‘절망감’, ‘자존감’, ‘솔선수범’, ‘좌절감’, ‘목적의식’, ‘소외감’… 이런 용어로는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넛지라는 개념이 있다. 자신도 모르게 어떤 행동을 이끄는 아주 작은 움직임인데, 소변기에 파리 스티커를 붙였더니 소변기에 소변이 사방으로 튄 자국들이 이전보다 줄었고, 발자국 스티커를 붙였더니 길을 덜 헤매고,
사람의 행동의 원리, 행동의 기술 등을 좀 더 연구해서 강구하는 편이 파국적인 선택을 낳는 행동을 방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생선을 너무 좋아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 고양이에게, 당장 오늘 팔아서 생계를 유지할 생선을 코 앞에 들이대는 행동을 방지하는 것이다.
주말에 한 두 시간이라도 뭔가 생산성 있는 걸 하고 싶으면 그 행동을 하지 않으면 안되게 끔 하는 상황을 조성하는 게 ‘의지력’에 기대는 것보다는 더 합리적이다.
조작적 조건형성 같은 프레임을 만드는 것이다.
쥐가 특정 장소로 이동하면 먹이를 주거나 전기 충격을 주는 보상을 통해서 행동을 형성하는 것이 조작적 조건형성인데, 스키너는 이러한 조작적 조건형성 용어로 많이 알려져 있다.
스키너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아마도 심리적인 원인에 집중하는 것보다 보상, 처벌 등의 조건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쪽이다.
실제로 뭔가를 이루어내거나 만들려면 그에 맞는 상황을 만들어주고 좀 더 긍정적인 행동을 하게끔 유도하는 게 더 낫다.
이 책을 읽고… 이번 주말에는 한 두 시간은 카페에 가야지. 그럼 뭐라도 더 하나를 하겠지ㅎㅎ